“2만번의 충전: 현대로템 수소트램과 ‘좀비 배터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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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트램’의 선두주자 현대로템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 수준의 무가선(Catenary-Free) 수소전기트램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가리는 지저분한 전선(가선) 없이, 스스로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달리는 미래형 열차입니다. 그런데 이 혁신적인 트램의 제원표를 뜯어보면 한 가지 의아한 점이 발견됩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NCM(삼원계)이나 LFP(인산철) 배터리가 아닌, 다소 생소하고 구형 기술처럼 보이는 LTO(리튬 티탄산화물)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사실입니다. LTO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무겁고, 가격도 비쌉니다. “가볍고 멀리 가는 것”이 미덕인 시대에 현대로템 엔지니어들은 왜 “트램에는 무조건 LTO여야 한다”고 고집했을까요? 그 이유는 단순한 ‘주행 거리’가 아니라, 트램이라는 육중한 운송 수단이 가진 독특한 에너지 입출력 패턴(Energy Profile)에 숨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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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라토너(수소)와 스프린터(LTO)의 협업수소트램은 기본적으로 수소연료전지(Fuel Cell)로 전기를 만듭니다. 하지만 연료전지에는 치명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바로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점입니다.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만들기까지 약간의 시차(Lag)가 발생하며, 급격한 출력 변화를 싫어합니다. 꾸준히 달리는 ‘마라토너’ 스타일이죠. 반면 트램은 다릅니다.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운 수십 톤짜리 열차가 정류장마다 서고, 출발할 때마다 엄청난 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합니다. 즉,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내는 ‘스프린터’가 필요합니다. 이 역할을 배터리가 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전기차 배터리로는 이것이 불가능합니다.
⚡ 괴물 같은 흡입력 (High C-Rate)
트램이 멈출 때(브레이크) 발생하는 ‘회생 제동 에너지’는 메가와트(MW) 급으로 엄청납니다. 일반 배터리는 이 거대한 전기를 천천히 받아먹다가 과열되거나 체해버립니다. 하지만 LTO는 일반 배터리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High C-Rate)로 전기를 순식간에 빨아들여 저장합니다. 그리고 출발할 때 그 에너지를 다시 폭발적으로 뿜어내며 연료전지를 도와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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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만 번의 충전: 죽지 않는 배터리대중교통 운영사(지자체)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유지 보수 비용’입니다. 트램은 하루에도 수백 번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배터리 입장에서 보면 하루에 수백 번 충전하고 방전하는 ‘고문’과 같습니다. NCM(삼원계) 배터리의 수명은 약 2,000~3,000회 사이클입니다. 트램에 이 배터리를 쓰면 1~2년마다 수억 원을 들여 배터리를 통째로 갈아야 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지죠.
LTO는 음극재로 흑연 대신 ‘티탄산 리튬(Li4Ti5O12)’을 사용합니다. 이는 충전 시 부피가 팽창하지 않는 ‘Zero-Strain’ 구조를 가집니다. 덕분에 20,000번을 충전해도 물리적 붕괴가 없습니다. “트램의 수명(20년)과 함께 늙어가는 배터리”, 이것이 현대로템이 LTO를 선택한 경제학적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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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외는 이미 LTO가 표준이다 (Global Case)혹시 “현대로템만 특이한 선택을 한 것 아닐까?”라는 의문이 드시나요? 아닙니다. 이미 철도 및 대중교통 선진국들은 ‘무거운 모빌리티’에 LTO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 일본 신칸센 (N700S) – 도시바 SCiB
일본의 최신 고속열차 N700S에는 비상 주행용으로 LTO 배터리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지진으로 정전이 되어도, LTO 배터리의 강력한 힘으로 열차를 안전한 곳까지 이동시킵니다. 안전과 신뢰성이 최우선인 고속철도에서 LTO를 택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스위스 제네바 (TOSA Bus) – ABB
스위스 제네바의 명물인 TOSA 전기버스는 정류장에 정차하는 단 15초 동안 ‘섬광 충전(Flash Charging)’을 합니다. 15초 만에 다음 정류장까지 갈 전기를 충전하려면 엄청난 고출력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견딜 수 있는 배터리는 전 세계에 LTO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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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터널 속의 안전 보험마지막 이유는 ‘절대적인 안전’입니다.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지하 터널이나 도심 한복판을 달리는 트램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LTO 배터리는 현존하는 리튬 배터리 중 화재로부터 가장 안전합니다. 음극재의 전위가 높아 전해질 분해가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내부 단락(쇼트)이 발생하거나 심지어 못으로 뚫어도 열폭주(Thermal Runaway)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현대로템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재’로서 트램을 설계했기에 LTO를 선택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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