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Matt Choi | 기술 산업 애널리스트
전/현직 배터리·수소연료전지 산업 실무자 | 현장 인사이트 제공
최종 업데이트: 2026.07.15
데이터센터 연료전지 대전: 두산퓨얼셀 PAFC vs 블룸에너지 SOFC, 2027년 탄소세가 가른다
데이터센터 전기 요금 고지서를 받아본 적 있는가? 최근 미국 PJM 전력망의 용량가격은 1년 만에 1000% 넘게 뛰었다. 메가와트일당 29.92달러였던 가격이 333.44달러까지 오른 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AI 서버가 삼키는 전력량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가장 뜨거운 발전원 중 하나가 바로 데이터센터 연료전지다. 두산퓨얼셀의 PAFC와 블룸에너지의 SOFC가 그 한복판에 있다. 두 회사, 두 기술, 그리고 2027년 본격화되는 탄소세까지 겹치면서 판세가 요동친다.
목차
데이터센터 전력난이 부른 연료전지 특수
계통 연계는 밀렸다. 대기 기간만 3년에서 7년이다. 신규 송전선 하나 놓는 데도 지역 주민 동의부터 인허가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런데 AI 데이터센터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여유가 있을까? 없다. 그래서 등장한 대안이 부지 내 발전, 이른바 온사이트 파워(On-site Power)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3년 약 55GW에서 2030년 최대 298G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온사이트 발전을 쓰겠다는 응답 비율도 작년 13%에서 올해 38%로 급증했다. 결국 그리드를 기다리기보다 직접 짓는 쪽을 택하는 거다.
그렇다면 왜 하필 연료전지일까? 태양광이나 배터리는 간헐성이 걸린다. 반면 연료전지는 24시간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무정전이 생명인 데이터센터 입장에서는 이보다 반가운 조건이 없다.
두산퓨얼셀과 블룸에너지의 수주 전략
두산퓨얼셀, 북미 데이터센터를 정조준하다
두산퓨얼셀은 올해 1분기 신규 수주가 12.3MW에 그쳤다. 다소 아쉬운 숫자였다. 하지만 하반기 반등을 노리고 있다. 연간 목표는 160~170MW 수준이다. 4월 말에는 608억원 규모 연료전지 시스템 공급 계약을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내년 7월까지 이어진다.
더 눈길을 끄는 건 북미 데이터센터향 PAFC 수주 가능성이다. 두산퓨얼셀은 이미 데이터센터 특화 솔루션의 기술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대형 계약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주가는 5월 들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의 기대를 선반영했다. 다만 매출 대비 수주 변동성이 커 하반기 실제 계약 체결 여부가 핵심 관건이다.
블룸에너지, 오라클과 AEP를 등에 업다
반면 블룸에너지는 이미 대형 계약을 손에 넣었다. 지난 1월 미국 전력사 AEP와 최대 1GW, 약 26.5억 달러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4월에는 오라클과 최대 2.8GW 규모 마스터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이 중 1.2GW는 이미 확정 물량이다.
누적 수주 잔고는 200억 달러에 달하며, 2026년 매출 가이던스는 약 36억 달러로 전년 대비 80% 성장을 예고했다. 오라클 같은 빅테크가 블룸에너지를 택한 이유는 원자력이나 SMR을 기다릴 수 없고, 밤낮없이 당장 켤 수 있는 대규모 발전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PAFC와 SOFC, 무엇이 다른가
두 기술은 세대부터 다르다. 두 기술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각자의 뚜렷한 장점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PAFC (인산형 연료전지)
- 세대: 1세대 기술 (1970년대 개발)
- 특징: 상업 가동 이력이 길고 신뢰성 데이터 풍부
- 발전효율: 40~45% 수준
- 강점: 검증된 무정전 안정성 (데이터센터에 유리)
SOFC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 세대: 3세대 기술 (1980년대 이후 개발)
- 특징: 고온에서 작동, 상대적으로 긴 수명
- 발전효율: 50~65% 수준
- 강점: 압도적인 발전 효율성
분산전원과 수소의 갈림길
수소경제라는 큰 그림에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린수소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전용 연료전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지금 깔리는 PAFC와 SOFC 대부분은 순수 수소가 아니라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쓴다.
미국은 최근 투자세액공제 요건에서 온실가스 무배출 조건을 없앴다. 천연가스 개질 연료전지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은 분산전원이라는 현실적 수요가 먼저 자리 잡고, 그린수소 단가가 내려가면 같은 설비가 자연스럽게 저탄소 전원으로 넘어가는 경로가 유력해 보인다. 거대한 수소 서사보다는 조용한 실용 노선인 셈이다.
2027년 탄소세, 판을 흔드는 변수
유럽연합 CBAM은 올해 1월부터 전환기간을 끝내고 확정기간에 들어갔다. 인증서 거래는 내년 2월부터 시작되며, 2027년 9월까지 첫 신고서를 내야 한다. 한국도 비슷하다. 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이 시작되면서, 유상할당 비율은 올해 20%에서 2029년 50%까지 매년 오른다. 톤당 배출권 가격도 6월 기준 3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흐름은 저탄소 발전원의 몸값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요인이다. 탄소세가 오르면 기존 화력 발전 원가는 부담스러워지지만, 연료전지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데이터센터 연료전지 시장이 올해 28억 달러에서 2030년 약 300억 달러까지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도 이 탄소 규제 압박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범한퓨얼셀은 세계 최고 수준 SOFC 개발을 추진 중이며, SK와 HD현대도 SOFC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탄소 비용 부담과 분산에너지 활성화 정책이 맞물려 거대한 생태계가 조성되는 중이다.
그래서 뭘 지켜봐야 할까
두산퓨얼셀과 블룸에너지 모두 같은 파도를 타고 있다. 속도와 지역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연료전지 관련 소식을 챙길 때 눈여겨볼 지표는 다음 세 가지로 좁혀진다.
- 두산퓨얼셀의 북미 데이터센터향 실계약 체결 여부
- 블룸에너지의 오라클·AEP 물량이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
- 2027년 탄소세와 CBAM 확정기간이 발전 단가에 미치는 영향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 연료전지 산업의 성장 곡선은 더 가팔라질 것이다. 반대로 정책 후퇴나 계약 지연이 발생하면 성장이 늦춰질 수 있다. 단기적인 뉴스보다는 위 세 가지 지표를 꾸준히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Editor’s Note
이번 원고는 두산퓨얼셀·블룸에너지 공시 자료, EU CBAM 공식 발표, 국내 배출권거래제 정책 문서를 근거로 작성했다. 인프라 프로젝트 현장을 오래 지켜본 입장에서 보면, 전력망 증설 속도가 수요를 못 따라가는 병목 현상은 데이터센터 업계 전반의 공통된 고민이다. 다만 이 글은 특정 종목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시장에서 관찰되는 흐름과 공개된 데이터를 정리한 분석일 뿐이다. 투자 판단은 독자 개인의 몫으로 남겨둔다.
📌 핵심 3줄 요약
-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와 송전망 병목 현상으로 인해 ‘연료전지 온사이트 발전’이 핵심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 블룸에너지(SOFC)가 대형 빅테크 계약을 선점한 가운데, 두산퓨얼셀(PAFC) 역시 북미 수주를 통한 하반기 반등을 노리고 있습니다.
- 2027년 전면 시행되는 탄소세(CBAM,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기존 화력발전의 단가를 높여 연료전지 시장 성장을 가속화할 강력한 촉매제입니다.
투자 유의사항: 본 콘텐츠는 기술 산업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자문이나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투자자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장의 변동성과 기술적 한계 등의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여 필요 시 전문 투자자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