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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 Choi | 기술 산업 애널리스트
전/현직 배터리·수소연료전지 산업 실무자 | 에너지 인프라 현장 인사이트 제공
최종 업데이트: 2026.04.07
2026년 현재. AI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잡아먹고 있습니다. 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 1개가 소비하는 전력은 연간 약 2TWh입니다. 서울시 전체 전력 사용량의 절반입니다. 엔비디아 최신 AI 칩 H100을 돌리는 데이터센터 1개는 최소 100MW급 전력이 필요합니다. 중형 발전소 1개를 통째로 묶어둬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태양광은 밤에 못 씁니다. 풍력은 바람 없으면 멈춥니다. 24시간 365일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베이스로드 전원이 필요합니다. 대형 원전을 짓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신한울 3·4호기는 2012년 착공해 2024년에야 완공됐습니다. 12년이 걸렸습니다. AI 시대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소형모듈원자로 SMR(Small Modular Reactor)입니다. 한국이 개발 중인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은 170MW 용량으로 30만 가구에 1년치 전기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공장에서 모듈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합니다. 건설 기간은 대형 원전의 절반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2025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체결한 글로벌 합의입니다. 50년간 유효한 이 합의 때문에, i-SMR을 해외에 수출할 때 기술 독자성 검증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원자로인데도 미국 기업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i-SMR은 정말 안전할까요? 대형 원전과 뭐가 다를까요? 웨스팅하우스 합의는 왜 문제인가요? 그리고 AI 시대 전력 폭증 시대에 SMR이 정말 답이 될 수 있을까요?
목차 (Table of Contents)
완전 피동 안전 시스템 – 중력과 물만으로 노심을 식힌다
i-SMR의 핵심은 완전 피동 안전 시스템(Fully Passive Safety System)입니다.
대형 원전은 사고 시 어떻게 될까요? 냉각수 펌프가 멈추면 노심이 과열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대표적입니다. 2011년 쓰나미로 비상 디젤 발전기가 침수됐습니다. 냉각수 펌프가 멈췄습니다. 노심이 녹았습니다. 수소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방사능이 유출됐습니다.
i-SMR은 다릅니다. 전기, 펌프, 사람 손이 전혀 필요 없습니다. 중력과 자연순환만으로 노심을 식힙니다. 어떻게 작동할까요? 원자로 위쪽에 냉각수 탱크가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밸브가 자동으로 열립니다. 중력으로 냉각수가 아래로 떨어집니다. 원자로를 감쌉니다. 뜨거운 물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물은 아래로 내려옵니다. 자연순환이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 전기가 필요 없습니다. 펌프가 필요 없습니다. 운전원이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습니다. 물리 법칙이 작동합니다. 중력은 절대 고장 나지 않습니다. 설계 기준을 보죠. 사고 발생 후 72시간 동안 아무 조치 없이도 노심이 안전하게 냉각됩니다. 대형 원전은 8시간이 한계입니다. i-SMR은 9배 깁니다.
사고 확률은 얼마나 낮을까요? 대형 원전(APR1400)의 노심 손상 빈도는 1.0 × 10⁻⁶ /년입니다. 100만 년에 1번 사고가 날 확률입니다. i-SMR은 1.0 × 10⁻⁷ /년 이합니다. 1,000만 년에 1번입니다. 10배 이상 안전합니다.
방사능 유출 가능성은 어떨까요? i-SMR은 최악의 사고 시에도 비상계획구역(EPZ, Emergency Planning Zone)을 공장 부지 경계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대형 원전은 반경 8-10km입니다. i-SMR은 부지 경계선(수백 미터)입니다. 주민 대피 계획이 필요 없습니다.
“방사능이 나오는데 안전하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모든 원자로는 핵분열로 전기를 만듭니다. 내부에 방사성 물질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격납용기 안에 완전히 밀봉됩니다. i-SMR의 격납용기는 두께 1미터 이상의 강철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집니다. 비행기가 충돌해도 뚫리지 않습니다.
자연 방사능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우리는 매일 우주선, 땅, 바나나에서 나오는 자연 방사능에 노출됩니다. 연간 약 3mSv(밀리시버트)입니다. 원전 주변 주민의 추가 피폭량은 0.01mSv 이합니다. 자연 방사능의 300분의 1도 안 됩니다.
170MW로 30만 가구 – 작지만 실용적인 전력
i-SMR 1모듈의 용량은 170MWe(메가와트 전기)입니다. 얼마나 큰 출력일까요? 1년 동안 얼마나 전기를 생산할까요?
계산해보죠. 원자력은 이용률이 높습니다. 연중 멈추지 않고 돌아갑니다. 한국 원전 평균 이용률은 약 90%입니다. 170MW × 0.9 × 8,760시간(1년) = 약 13.4억 kWh입니다. 한국 가정 1가구의 연간 전기 사용량은 약 3,500-4,500kWh입니다. 중간값 4,000kWh로 계산하면, 13.4억 kWh ÷ 4,000kWh = 약 33.5만 가구입니다. 30만 가구가 1년 동안 쓸 전기를 충분히 커버합니다. 경기도 성남시 인구가 약 92만 명, 가구 수 약 38만입니다. i-SMR 1기면 성남시 전체를 돌릴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관점에서 보면 더 흥미롭습니다. 엔비디아 H100 GPU 1개는 약 700W를 소비합니다. AI 모델 학습용 데이터센터에는 수만 개가 들어갑니다. 중형 AI 데이터센터 1개는 100-200MW 전력이 필요합니다. i-SMR 170MW 모듈이면 딱 맞습니다.
모듈식이라는 게 핵심입니다. 필요에 따라 2개, 4개, 8개를 묶을 수 있습니다. i-SMR 4모듈을 묶으면 680MW입니다. 대형 원전 APR1400(1,400MW)의 절반입니다. 8모듈을 묶으면 1,360MW로 대형 원전급입니다.
기존 석탄발전소 부지에 교체 설치하기 쉽습니다. 송전망이 이미 깔려 있습니다. 냉각수 공급 시설도 있습니다. 인프라를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30기 이상의 석탄발전소가 있습니다. 2030년대부터 순차 폐쇄 예정입니다. 이 부지를 i-SMR로 전환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안정적 전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대형 원전 vs SMR – 설계 철학이 다르다
대형 원전과 SMR은 설계 철학부터 다릅니다.
대형 원전 vs i-SMR 비교
대형 원전 (APR1400)
- 출력/구조: 1,400MW, 기기 분리형 (배관 복잡)
- 건설 방식: 현장 건설 (10-12년 소요)
- 안전 시스템: 능동 안전 (펌프, 밸브, 디젤)
- 입지 조건: 해안가 필수 (대량 냉각수)
i-SMR (소형모듈원전)
- 출력/구조: 170MW, 일체형 압력용기 (LOCA 위험↓)
- 건설 방식: 공장 제작 후 조립 (3-5년 소요)
- 안전 시스템: 완전 피동 안전 (중력/자연순환)
- 입지 조건: 내륙/산악 설치 가능 (공냉식 가능)
* 단, SMR은 kW당 초기 건설 비용이 대형 원전보다 1.5~2배 높으나, 공장 양산을 통한 학습 효과로 단가 하락이 예상됩니다.
웨스팅하우스 50년 합의 – 수출의 최대 변수
여기서 복잡한 문제가 나옵니다. 2025년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글로벌 합의를 체결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한국형 원전(APR1400) 해외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와 이익을 공유합니다. 체코 원전 수주 시 웨스팅하우스가 핵심 기기를 공급합니다. 이익의 일부를 가져갑니다. 둘째, 50년간 유효합니다. 2075년까지 이 합의가 적용됩니다.
SMR은 어떻게 될까요? 합의문엔 SMR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형 원전 기술을 활용한 파생 설계”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해석이 갈립니다. i-SMR은 한국이 독자 개발했습니다.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PR1400 설계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했습니다. APR1400은 웨스팅하우스 System 80+ 설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1990년대 한국이 기술료를 내고 도입했습니다.
웨스팅하우스 입장은 명확합니다. “i-SMR도 우리 기술의 파생이다. 수출하려면 기술 독자성 검증을 받아라.” 한수원 입장도 명확합니다. “i-SMR은 완전히 새로운 설계다. APR1400과 다르다. 독자 기술이다.”
법적 분쟁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5년 합의는 중재 조항을 포함합니다. 분쟁 발생 시 국제 중재로 해결합니다. 소송이 길어지면 수출이 지연됩니다. 국내 건설은 문제없습니다. 웨스팅하우스 합의는 해외 수출에만 적용됩니다. 한국 내에서 i-SMR을 짓는 데는 웨스팅하우스 허락이 필요 없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승인만 받으면 됩니다.
그렇다면 해외 수출은?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시나리오 1: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한다. i-SMR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를 파트너로 끌어들입니다. 이익을 나눕니다. 법적 분쟁을 피합니다.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시나리오 2: 기술 독자성을 입증한다. i-SMR이 APR1400과 완전히 다른 설계임을 증명합니다. 특허 침해가 없음을 보여줍니다. 웨스팅하우스 허락 없이 수출합니다. 하지만 법적 리스크가 있습니다.
한수원은 시나리오 2를 추진 중입니다. 2026년 원안위에 표준설계인가 신청을 제출했습니다. 독자 기술임을 입증하는 문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 NRC 인증은 필수인가 – 각국 규제가 더 중요하다
“i-SMR을 수출하려면 미국 NRC(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인증을 받아야 하지 않나?” 자주 나오는 질문입니다. 답은 아닙니다.
NRC 인증은 미국 내에서 원전을 건설할 때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에 수출할 때는 해당 국가의 규제기관 승인이 필요합니다. 영국에 수출한다면 영국 원자력규제청(ONR), 캐나다라면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 체코라면 체코 국가 원자력안전청(SÚJB)입니다. 각국 규제기관은 자국 기준으로 심사합니다. 미국 NRC 인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국 기준이 더 엄격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APR1400은 어떻게 수출했을까요? UAE 바라카 원전은 UAE 연방 원자력규제청(FANR) 승인을 받았습니다. NRC 인증 없이 건설됐습니다. 2020년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했고 2024년 4호기까지 완공됐습니다. 성공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왜 NRC 인증 이야기가 나올까요? 마케팅 효과 때문입니다. NRC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규제기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NRC 인증을 받으면 “미국 기준을 통과했다”는 신뢰를 줍니다. 하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NRC 설계 인증을 받으려면 5-7년, 수천억원이 듭니다.
i-SMR은 어떻게 할까요? 한수원은 한국 원안위 표준설계인가를 먼저 받습니다. 2026년 심사가 시작됐고 2028-2029년 승인 목표입니다. 이후 수출 대상국 규제기관과 협력합니다. 폴란드, 체코, 캐나다가 유력합니다. 폴란드는 한국 대형 원전 도입과 함께 i-SMR도 논의 중이며, 체코는 듀코바니 원전 부지에 SMR 건설을 계획 중입니다.
오라클·아마존의 SMR 데이터센터 – AI 시대 전력 해법
AI 시대가 오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SMR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우리는 SMR 3기(약 300MW)로 구동되는 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를 설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마존도 워싱턴주에 X-Energy SMR 4기(320MW) 투자를 발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리마일 원전 재가동 계약과 함께 SMR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왜 빅테크 기업들이 SMR에 관심을 가질까요?
- 안정적 전력: AI 학습은 24시간 돌아가며 중단되면 안 됩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적입니다. SMR은 연중 90% 이상 가동률을 유지합니다.
- 탄소 중립: 빅테크의 RE100 목표를 위해 탄소 배출 없는 원전이 필요합니다.
- 입지 자유도: 대도시 인근 내륙에도 지을 수 있어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 건설 속도: 대형 원전 10년에 비해 SMR은 3-5년으로 AI 성장 속도에 맞출 수 있습니다.
한국도 이 흐름에 올라탈 수 있을까요? i-SMR 170MW는 중형 데이터센터 1개에 딱 맞습니다. 2024년 SMR 특별법이 통과되어 건설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되었습니다.
국내 상황 및 투자 시장 동향
2026년 4월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가 i-SMR 표준설계인가 심사를 본격 착수했습니다. 2028-2029년 승인이 나면 각 부지별 건설 인허가가 5년에서 2년으로 단축됩니다. 경주시, 울진군, 삼척시가 1호기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 대우조선해양 등 산업계도 준비 중입니다. 정부는 2035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합니다. 폐기물 역시 장전량이 적어 대형 원전의 1/8 수준입니다.
글로벌 SMR 시장 규모는 2050년까지 약 3,500-4,000억 달러(약 500조원)로 전망됩니다. 미국 뉴스케일, 롤스로이스 등과 경쟁 중입니다. 뉴스케일은 유타주 프로젝트가 건설 비용 급등으로 취소되는 등 경제성 한계를 겪었습니다. 한국의 i-SMR은 완전 피동 안전 시스템과 시공 능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리스크 팩터
- 경제성 불확실성: 초기 kW당 건설 비용이 높습니다.
- 웨스팅하우스 합의 리스크: 50년 유효 조항으로 해외 수출 시 소송 지연 위험이 있습니다.
- 규제 승인 지연: 원안위 심사가 2030년으로 밀릴 수 있습니다.
- 폐기물 관리: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장 부지 선정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공급망 리스크: 우라늄 농축, 특수 강재 등 일부 수입 의존도가 있습니다.
🚀 Editor’s Note: Matt Choi의 시각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i-SMR 1모듈은 170MW로 30만 가구를 책임집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10년간 다루며 확신한 것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24시간 돌아가는 1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버틸 수 없다는 점입니다. SMR은 현실적 대안이지만, 웨스팅하우스 50년 합의라는 법적 리스크와 초기 건설 비용이라는 경제성 리스크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2050년 500조 시장 선점의 열쇠입니다. 투자자라면 2028년 원안위 표준설계인가 승인 여부를 최우선으로 주목해야 합니다.
핵심 요약 (3줄)
- 한수원 i-SMR은 170MW로 30만 가구 및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최적화된 소형모듈원전임.
- 전기 없이 중력으로 작동하는 완전 피동 안전 시스템으로 사고 확률을 1,000만 분의 1로 낮춤.
- 2050년 500조 시장을 노리나, 웨스팅하우스와의 50년 합의에 따른 기술 독자성 분쟁이 수출의 핵심 변수임.
투자 유의사항: 본 콘텐츠는 기술 산업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이나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투자자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필요 시 전문 투자자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