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Matt Choi | 기술 산업 애널리스트
전/현직 배터리·수소연료전지 산업 실무자 | 현장 인사이트 제공 (2026년 9월 기준)
철을 만들면 탄소가 나온다. 200년 동안 그랬다.
지금 우리가 쓰는 자동차, 건물, 냉장고. 그 뼈대는 대부분 쇳물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그 쇳물을 뽑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함께 쏟아진다.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약 7~8%가 철을 만드는 데서 나온다. 놀랍게도 항공기 전체보다 많다.
그래서 철강업계는 오래된 질문 하나를 다시 꺼냈다. 탄소 없이 철을 만들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유력한 답이 바로 수소환원제철이다. 포스코는 이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회사의 미래를 걸었다. 솔직히 말해, 이건 단순한 설비 교체가 아니다. 철을 만드는 방식 자체를 200년 만에 갈아엎는 일이다.
📌 목차 (Table of Contents)
200년 된 고로, 왜 이제 와서 문제일까
먼저 지금의 제철 방식을 보자. 핵심 설비는 고로, 즉 용광로다.
고로 안에서는 석탄(코크스)을 태운다. 이때 나오는 일산화탄소가 철광석에 달라붙은 산소를 떼어낸다. 이걸 ‘환원’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여기서 산소가 탄소와 결합한다는 점이다. 결국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나온다. 다시 말해, 고로는 태생부터 탄소를 뿜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하다. 포스코의 2025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6,985만 톤(Scope 1·2)이었다. 이건 국내 단일 기업 중 가장 많은 양이다. 조강 1톤을 만들 때마다 이산화탄소 2.02톤이 따라 나온다. 쇳물보다 탄소가 더 무거운 셈이다.
왜 하필 지금 이게 발등의 불이 됐을까? 유럽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를 많이 뿜고 만든 철에는 사실상 관세가 붙는다. 게다가 글로벌 완성차·전자 기업들도 저탄소 철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탄소를 줄이지 못하면, 물건을 팔 시장 자체가 좁아진다. 이제 탈탄소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
데이터 비교: 고로 vs 수소환원제철
Before (기존 고로)
- 환원제: 석탄(코크스)
- 반응 부산물: 이산화탄소(CO2)
- 원료: 주로 고급 철광석·펠렛
- 조강 1톤당 배출: 약 2.02톤 CO2
After (수소환원제철·HyREX)
- 환원제: 수소(H2)
- 반응 부산물: 물(H2O)
- 원료: 값싼 분광(0~8mm)도 사용 가능
- 핵심 반응: Fe2O3 + 3H2 → 2Fe + 3H2O
핵심 차이: 탄소로 산소를 떼던 자리에 수소를 넣었다. 그러니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남는다.
HyREX는 어떻게 다를까
그렇다면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은 어떤 모습일까?
이름은 HyREX(하이렉스)다.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는 일꾼을 석탄에서 수소로 바꾼 것이다. 수소가 철광석의 산소와 만나면 물이 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건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수증기다. 이론적으로는 탄소 배출이 거의 사라진다.
구조도 달라진다. HyREX는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유동환원로에서 철광석 가루를 수소로 환원해 ‘직접환원철(DRI)’을 만든다. 직접환원철이란 녹이지 않고 산소만 떼어낸 철을 말한다. 그다음 전기용융로(ESF)에서 이 직접환원철을 전기로 녹여 쇳물로 뽑는다. 환원과 용융을 분리한 셈이다.
여기에 포스코만의 무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원료다. 경쟁 기술은 비싼 펠렛(10~16mm 덩어리)을 써야 한다. 반면 HyREX는 값싼 분광, 즉 가루 형태 철광석을 그대로 쓸 수 있다. 분광은 펠렛보다 톤당 약 85달러(2021년 기준) 저렴하다. 게다가 펠렛은 공급도 빠듯하다. 전 세계 철광석 18억 톤 중 펠렛은 4억 톤 남짓뿐이다. 원료를 싸고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건 상용화에서 결정적 강점이다. 이 대목이 개인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경쟁의 진짜 승부처라고 본다.
참고로 포스코에겐 이 기술이 완전히 낯선 영역은 아니다. 이미 가루 철광석을 다루는 FINEX 공정으로 지금까지 누계 3,400만 톤의 쇳물을 뽑아냈다. HyREX는 이 경험 위에 수소를 얹은 셈이다. 맨땅에서 시작하는 도전이 아니라는 뜻이다.
투자 인사이트: 시장은 어디를 보고 있나
시장의 관심은 크게 세 갈래로 움직이고 있다.
첫째, 기술 검증 일정이다. 포스코는 2025년 4월 포항에 연산 30만 톤 규모 실증설비를 착공했다. 2028년 준공, 2030년 상용화 기술 확보가 목표다. 시장은 이 실증설비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는지를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왜냐하면 수소환원제철은 아직 세계 어디서도 대규모로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기 때문이다.
둘째, 수소와 전력이다. 수소환원제철이 진짜 ‘친환경’이 되려면 깨끗한 수소가 필요하다. 전기용융로를 돌릴 대량의 전력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포스코는 최근 ‘동남권 K-GX 클러스터’ 구상을 내놨다. 원전에서 나오는 무탄소 전력과 청정수소를 묶어 공급하겠다는 그림이다. 자금과 정책의 관심이 수소 인프라 쪽으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
셋째, 파트너십이다. 2026년 9월, 포스코는 호주 광산기업 BHP와 협약을 맺었다. BHP 철광석으로 다양한 원료 조건에서 HyREX를 검증하기로 했다. 원료 공급망의 탄소(Scope 3)까지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이처럼 자본은 ‘탈탄소 철강’이라는 새 밸류에이션 축으로 서서히 재편되고 있다.
한 가지 더 짚을 대목이 있다. 포스코의 탈탄소 전략은 수소환원제철 하나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른바 ‘투 트랙’이다. 당장은 고철을 녹이는 전기로를 늘린다. 실제로 광양에 연산 250만 톤 규모 전기로를 6,000억 원을 들여 올해 가동했다. 전기로는 고로 대비 탄소를 최대 75%가량 줄인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로 넘어간다. 즉 단기엔 전기로, 장기엔 수소, 이 두 카드를 함께 쥐고 가는 그림이다.
리스크 팩터
물론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 수소 가격이다. 그린수소는 아직 비싸다. 수소 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수소환원제철의 경제성도 흔들린다.
- 전력 부담이다. 전기용융로는 전기를 많이 먹는다. 무탄소 전력을 충분히, 싸게 확보하지 못하면 탄소를 줄여도 원가가 올라간다.
- 기술 검증 리스크다. 2030년까지는 어디까지나 ‘실증’ 단계다. 대규모 상용 설비가 계획대로 돌아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 그린스틸 가격이다. 저탄소 철강은 기존 철보다 비싸게 팔린다. 하지만 시장이 그 웃돈을 계속 지불할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얼마나 빨리, 얼마나 싸게’가 관건이다.
Editor’s Note
💡 현장 실무자의 뷰
숫자를 보면 방향은 분명하다. 조강 1톤당 2.02톤씩 나오던 탄소를, 이론상 물로 바꾸는 기술이다. 시장 반응을 분석하면, 지금 평가받는 건 당장의 실적이 아니라 2030년 이후의 판이다.
다만 냉정하게 볼 대목도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검증 중인 기술’이다. 수소 가격, 전력, 원료가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그림이 완성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세 조각이 언제 맞물리는지가 향후 몇 년간 철강 섹터를 읽는 핵심 렌즈가 될 것으로 본다. 투자 판단은 언제나 본인 책임이다.
🔗 참고자료
📋 3줄 핵심 요약
- 200년간 조강 1톤당 약 2.02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온 기존 고로 방식을 대체하기 위해, 철광석 환원제를 석탄에서 수소로 바꿔 물만 배출하는 수소환원제철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 포스코의 독자 기술인 HyREX는 값비싼 펠렛 대신 저렴한 분광(가루 철광석)을 사용할 수 있어 원료 경쟁력이 높으며, 2028년 30만 톤 실증설비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 탈탄소 철강 밸류체인이 재편되는 가운데, 저렴한 청정수소 확보와 무탄소 전력 공급이 기술 상용화 및 경제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수소환원제철이 정확히 뭔가요?
A: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낼 때 석탄 대신 수소를 쓰는 제철 방식입니다. 석탄을 쓰면 이산화탄소가 나오지만, 수소를 쓰면 물이 나옵니다. 그래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제철 기술로 꼽힙니다.
Q2. HyREX와 기존 고로의 가장 큰 차이는요?
A: 환원제가 다릅니다. 고로는 석탄으로 철광석을 환원해 이산화탄소를 뿜지만, HyREX는 수소로 환원해 물만 남깁니다. 또 HyREX는 값싼 가루 철광석(분광)을 쓸 수 있어 원료 경쟁력이 있습니다.
Q3. 언제쯤 상용화되나요?
A: 포스코는 2028년 연산 30만 톤 규모 실증설비를 준공하고, 2030년 상용화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면 전환은 2050년 탄소중립 시점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Q4. 수소환원제철의 최대 걸림돌은 뭔가요?
A: 값싼 청정수소와 대량의 무탄소 전력 확보입니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탄소는 줄여도 원가가 올라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Q5. 왜 지금 철강 탈탄소가 이슈가 됐나요?
A: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화되면서, 탄소를 많이 배출한 철에는 사실상 관세가 붙게 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글로벌 고객사들이 저탄소 철강을 요구하기 시작해, 탈탄소가 곧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투자 유의사항: 본 콘텐츠는 기술 산업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이나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투자자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