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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 Choi | 기술 산업 애널리스트
전/현직 배터리·수소연료전지 산업 실무자 | 현장 인사이트 제공 (2026년 8월 기준)
전선이 뜨거워지지 않는다.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우리가 아는 모든 전선은 전기를 흘리면 열이 난다. 스마트폰 충전기가 따뜻해지는 것도, 여름철 송전선이 늘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전기가 금속 속을 지날 때 저항에 부딪혀 힘을 잃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물질이 있다. 바로 초전도체다.
왜 지금 초전도가 다시 화제일까? AI 데이터센터 때문이다. 전기를 감당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2026년 LS전선과 LS일렉트릭, 한국전력이 세계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초전도 전력망 구축에 손을 잡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뉴스가 반도체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본다. 전력이 없으면 AI도 없기 때문이다.
📌 목차 (Table of Contents)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못 구하는 시대
솔직히 말해서, 몇 년 전만 해도 ‘전기가 부족하다’는 말은 낯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웬만한 중소도시만큼 전기를 먹는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랙은 한 대가 130킬로와트를 넘긴다. 내년 제품은 그 5배에 육박한다.
문제는 간단하다. 전기를 만드는 것보다 ‘보내는 것’이 더 어렵다.
왜 그럴까? 도심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근처에 변전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변전소는 땅을 많이 차지한다. 주민 반대도 거세다. 게다가 굵은 구리 전선을 여러 가닥 깔아야 대용량 전기가 흐른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설비를 새로 넣을 자리가 있을까? 거의 없다. 이게 지금 데이터센터 업계가 부딪힌 벽이다.
여기서 초전도가 등장한다. 저항이 없으니 열이 안 난다. 열이 안 나니 가느다란 케이블로도 엄청난 전기를 보낼 수 있다. 구리 전선 열 가닥이 할 일을, 초전도 케이블 한 가닥이 해낸다. 놀랍게도 이건 이론이 아니라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다.
데이터 비교
Before (기존 구리 케이블)
- 전기가 흐르면 저항으로 열이 발생한다
- 손실을 줄이려면 전선을 굵게, 여러 가닥 깔아야 한다
- 도심에 변전소와 넓은 설치 공간이 필요하다
- 고전압으로 올려 보내야 손실이 줄어든다
After (고온초전도 케이블)
- 임계온도 아래에서 저항이 0이 된다 — 열 손실이 거의 없다
- 같은 굵기로 5~10배 많은 전기를 보낸다
- 낮은 전압으로도 대용량 송전이 가능하다
- 변전소 없이 도심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할 수 있다
핵심 차이
한 줄로 말하면 이렇다. 구리는 ‘굵기’로 승부하고, 초전도는 ‘저항 0’으로 승부한다.
영하 196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진다. 저항은 왜 갑자기 사라질까?
핵심은 온도다. 초전도체는 어떤 특정 온도 아래로 내려가면 성질이 확 바뀐다. 이 경계선을 임계온도라고 부른다. 이 온도 밑에서는 전자들이 짝을 지어 움직인다. 물리학에서는 이 짝을 쿠퍼쌍이라 부른다. 짝을 이룬 전자는 금속 원자와 부딪히지 않고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그래서 저항이 0이 된다.
문제는 그 온도가 너무 낮았다는 점이다. 초창기 초전도체는 영하 270도쯤 돼야 작동했다. 이런 극저온을 유지하려면 값비싼 액체헬륨이 필요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초전도는 ‘실험실 기술’에 머물렀다.
판을 바꾼 건 고온초전도체다. 여기서 ‘고온’은 상대적인 말이다. 영하 196도면 작동한다는 뜻이다. 왜 하필 196도일까? 이 온도가 액체질소의 온도이기 때문이다. 질소는 공기의 78%를 차지한다. 흔하고, 싸다. 액체질소는 액체헬륨보다 훨씬 저렴하다. 결국 냉각 비용이 확 떨어지면서 초전도가 실험실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이제 그림이 그려진다. 액체질소로 케이블을 감싸 식힌다. 그 안의 초전도 선재에 전기를 흘린다. 저항이 없으니 손실이 거의 없다. 좁은 관 하나로 도시 하나가 쓸 전기를 나른다. 공상과학 같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원리다.
투자 인사이트
시장은 이 흐름을 어떻게 볼까?
지금 자금이 몰리는 곳은 명확하다. AI 전력 인프라다. 반도체가 ‘연산’의 병목이라면, 전력망은 ‘공급’의 병목이다. 초전도 케이블은 그 병목의 한복판에 있다. 실제로 LS전선과 한전이 데이터센터용 초전도 전력망 상용화에 나서면서, 관련 소재·부품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주목할 점은 이게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전력난은 당장의 현실이다. 변전소를 새로 지을 땅이 없다는 제약도 그대로다. 그래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전기를 만드는’ 발전에서 ‘전기를 보내는’ 송전·계통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초전도 선재를 만드는 기업, 케이블을 시공하는 기업, 냉각 시스템을 다루는 기업으로 시선이 넓어지는 중이다.
다만 숫자를 보면 냉정해질 필요도 있다. 초전도 전력망은 아직 초기 단계다. 상용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는 아니다. 시장은 기대와 현실 사이 어디쯤을 보고 있다.
리스크 팩터
- 첫째, 냉각 유지 비용이다. 저항은 0이라도 액체질소로 계속 식혀야 한다. 냉각 설비가 멈추면 초전도도 멈춘다. 이 상시 운영 비용이 경제성을 좌우한다.
- 둘째, 초기 투자비다. 초전도 케이블과 냉각 시스템은 구리 케이블보다 초기 설치비가 비싸다. 장기 운영에서 이득을 보는 구조라, 단기 회수를 기대하긴 어렵다.
- 셋째, 표준과 검증의 문제다. 세계적으로도 상용 사례가 많지 않다. 대규모 실증 데이터가 쌓이기 전까지는 발주처가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 넷째, 소재 공급망이다. 고온초전도 선재는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세계적으로 소수다. 공급이 특정 업체에 쏠리면 병목이 생길 수 있다.
Editor’s Note
숫자를 보면 방향은 분명하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반면 도심의 송전 여력은 한계에 다다랐다. 이 간극을 메우는 기술 중 하나가 초전도다.
물론 초전도가 모든 전선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냉각이 필요한 이상, 아무 데나 쓸 수는 없다. 하지만 ‘땅은 없는데 전기는 많이 보내야 하는’ 도심 데이터센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좁은 틈에서 초전도의 값어치가 살아난다. 세계 최초 상용화에 한국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장 반응을 분석하면, 이 흐름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자주 묻는 질문
Q1. 초전도가 정확히 뭔가요?
특정 온도 아래에서 전기 저항이 완전히 0이 되는 현상입니다. 저항이 없으니 전기가 흘러도 열이 나지 않고, 힘도 잃지 않습니다. 이 성질을 가진 물질을 초전도체라고 부릅니다.
Q2. 왜 영하 196도가 중요한가요?
액체질소의 온도이기 때문입니다. 초기 초전도체는 영하 270도의 값비싼 액체헬륨이 필요했지만, 고온초전도체는 흔하고 싼 액체질소로도 작동합니다. 냉각 비용이 크게 줄어 상용화의 문이 열렸습니다.
Q3. 초전도 케이블이 구리를 완전히 대체하나요?
아직은 아닙니다. 상시 냉각이 필요해 설치·운영 비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변전소를 지을 땅이 없는 도심 데이터센터처럼, 좁은 공간에 대용량 전기를 보내야 하는 특수 구간에서는 강한 경쟁력을 보입니다.
Q4. 초전도 전력망은 어디까지 왔나요?
2026년 LS전선·LS일렉트릭·한국전력이 세계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초전도 전력망 구축 협약을 맺으며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다만 대규모 실증 데이터는 이제 막 쌓이기 시작한 초기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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