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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 Choi | 기술 산업 애널리스트
전/현직 배터리·수소연료전지 산업 실무자 | 현장 인사이트 제공
최종 업데이트: 2026.07.28
2026년 고체수소저장 가이드: 금속수소화물 한계와 전망
수소연료전지 프로젝트 실무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고체수소저장 기술의 필요성이다. 수소는 가볍다. 너무 가벼워서 탈이다. 1kg을 상온·상압에 그냥 두면 부피가 11㎥를 넘는다. 수소를 담는 데 왜 이렇게 애를 먹을까?
그래서 업계는 두 갈래 길을 택했다. 700바로 압축하거나, 영하 253도로 액화하거나. 지난 회차에서 비교한 캐리어 네 가지도 결국 기체 아니면 액체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세 번째 길이 있다. 아예 고체 안에 수소를 가두는 고체수소저장이다.
이 길에도 갈래가 여럿인데, 오늘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앞서 있는 금속수소화물부터 볼 차례다.
목차
고체수소저장의 원리는 스펀지에 가깝다
고체수소저장을 이해하려면 스펀지를 떠올리면 된다. 물이 스펀지에 스며들듯, 수소가 금속 결정 격자 사이 빈 공간으로 들어간다. 그럼 수소는 금속 안에서 어떤 상태로 있을까? 정확히는 수소 분자(H₂)가 금속 표면에서 원자(H)로 쪼개진 뒤 격자 틈으로 파고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이 금속수소화물(metal hydride)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이 하나 있다. 흡수할 때 열이 나오고, 방출할 때 열이 필요하다. 발열·흡열 반응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방식의 탱크는 수소를 채울 때 뜨거워지고, 뺄 때 식는다. 온도만 조절하면 수소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건데, 밸브가 아니라 히터가 조절 장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 가지 더 알아둘 개념이 있다. 압력-조성 곡선의 평탄부, 이른바 플래토(plateau)다. 특정 온도에서 수소를 계속 넣어도 압력이 거의 오르지 않는 구간이 생긴다. 이 구간에서 수소가 격자로 흡수된다. 평탄부가 넓고 평평할수록 좋은 소재로 평가받는다. 고체수소저장 합금을 비교할 때 연구자들이 가장 먼저 보는 그래프가 이거다.
왜 이게 안전과 직결될까? 압력이 낮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티타늄·망간계 카트리지는 충전 압력이 10바 수준이다. 자전거 타이어 공기압과 비슷하다. 충전 시간도 1분이 안 된다. 용기가 손상돼도 수소가 한꺼번에 뿜어져 나오지 않는다. 금속 격자에 화학적으로 붙잡혀 있으니까. 빼내려면 열을 넣어줘야 하는데, 이 조건이 오히려 안전장치로 작동하는 구조다.
사실 이미 손에 쥐어봤을지도 모른다
고체수소저장이 최신 기술처럼 들리겠지만, 실은 반세기 가까이 된 분야다. 일본은 1970년대 초부터 금속수소화물을 파고들었다. 일본제강소는 1979년에 수소저장합금 개발에 착수했고, 1991년에는 관련 기업 60여 곳이 모인 연구협회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이 소재를 세상에 퍼뜨린 건 수소차가 아니었다. 니켈수소전지(Ni-MH)다. 이름 뒤에 붙은 MH가 바로 금속수소화물이다. 전지 음극에서 수소를 담았다 내놓는 역할을 이 합금이 맡았다. 1995년 소형 Ni-MH 전지 생산량은 연 3억1천만 개에 이르렀다.
여기서 얻을 교훈이 하나 있다. 고체수소저장 소재는 에너지용으로 뜨기 전에 전지 시장에서 먼저 양산 경험을 쌓았다. 대량 생산도, 품질 관리도 이미 해봤다는 얘기다. 소재가 아니라 시스템이 남은 과제라는 뜻이 여기서 나온다.
부피에서 이기고, 무게에서 진다
숫자를 볼 때는 기준을 맞춰야 한다. 소재 자체 밀도와 탱크까지 포함한 시스템 밀도는 전혀 다르다.
액화수소 시스템
시스템 기준 저장 밀도
32~45 kg/㎥
고체수소저장 (금속수소화물)
시스템 기준 저장 밀도
100~150 kg/㎥
- 700바 압축수소: 기체 자체 약 40kg/㎥, 시스템 기준 25kg/㎥ 안팎
- 액화수소: 액체 자체 약 71kg/㎥, 시스템 기준 32~45kg/㎥
- 금속수소화물: 시스템 기준 100~150kg/㎥
액화수소가 71이라는 숫자만 보면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단열재와 용기 벽을 다 넣으면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반면 고체수소저장은 극저온 설비도, 초고압 용기도 필요 없어서 시스템으로 갈 때 손실이 적다.
부피에서 이겼는데 왜 아직 주류가 아닐까? 무게 때문이다. 금속이 무겁다. 대표 소재인 LaNi₅는 자기 무게의 1.4% 정도만 수소를 담는다. 합금 100kg에 수소는 1.4kg이라는 얘기다. 승용차에 싣기엔 부담스럽다. 그래서 고체수소저장은 지게차·선박·정치형 저장처럼 무게가 덜 중요한 자리로 먼저 갔다.
합금마다 성격이 다르다
고체수소저장 소재는 크게 두 갈래다. 상온형과 고온형이다. 그런데 왜 하나로 통일하지 못할까?
상온형은 LaNi₅, TiFe, TiMn₂ 계열이다. 상온 근처에서 넣고 뺄 수 있어 다루기 편하다. 반면 저장량이 2wt%를 넘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10바 카트리지가 이 계열이다.
고온형은 마그네슘계다. MgH₂의 이론 저장량은 7.6wt%로 다섯 배가 넘는다. 그런데 수소를 빼내려면 300도 안팎까지 가열해야 한다. 열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거다. 게다가 흡·방출 속도도 느리다.
선택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쓸 수 있는 열이 있느냐 없느냐다. 공장이나 발전 설비 옆이라면 고온형이 유리하다. 반대로 소형 기기나 이동 장비라면 상온형 말고 답이 없다. 실제로 MgH₂에 LaNi₅를 30% 섞어 볼밀로 갈면 300도에서 150초 만에 약 4wt%를 방출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둘의 장점을 붙이려는 접근이다.
실험실 밖에서도 돌아가고 있을까
금속수소화물은 고체수소저장 방식 가운데 상용화가 가장 앞선 축이다.
독일 GKN 하이드로젠은 용량별 제품군을 갖췄다. HY2MINI가 수소 25kg(전기 420kWh), HY2MEDI가 120kg(2MWh), HY2MEGA가 250kg(8.3MWh) 수준이다. 미국 NREL 플랫아이언스 캠퍼스에는 HY2MEGA 두 기를 묶은 520kg급 시스템이 설치됐다. 메가와트급 수소 인프라와 연동해 변동 운전을 검증하는 프로젝트다.
유럽 쪽도 활발하다. 헬름홀츠 헤리온은 HyCARE 프로젝트에서 모듈형 저압 탱크를 개발했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공대 연구용 공항에는 총 500kg 규모 설비가 들어갔다.
중국은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중이다. 고체수소저장 특허 출원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219% 늘었고, 유효 특허는 6만 건을 넘어섰다. 지게차와 물류 차량 실증도 돌아가고 있다.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금속수소화물 관련 시장은 2026년 기준 47억~68억 달러로 집계된다. 조사기관마다 범위를 잡는 방식이 달라 편차가 큰 구간이다. 절대 규모가 크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증가 속도는 확실히 빠르다. 수소충전소 버퍼 저장이 고체수소저장의 다음 진입로로 자주 거론된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현장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분석해 보면 국내에도 활발한 움직임이 있다. 한국재료연구원 연구팀은 마그네슘에 니켈과 주석을 더한 Mg-20Ni-Sn 합금을 내놨다. 저장 밀도가 높은 Mg 상과 흡·방출이 빠른 Mg₂Ni 상을 층으로 겹치고, 주석을 소량 넣어 결정립을 잘게 만든 구조다. 기존 대비 성능이 세 배 이상 올랐다고 발표했다.
기업 쪽도 있다. 포스코가 투자한 하이드로럭스는 마그네슘계와 티타늄계 합금을 개발해 수출까지 시작했다. 경북에서는 수소저장합금 카트리지를 얹은 수소 자전거 실증이 진행 중이다. 배터리로 50km, 카트리지로 100km를 달리는 구성이다.
다만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다. 국내 상업 저장은 여전히 기체 압축이 압도적이다. 왜 격차가 벌어졌을까? 소재보다 수요처가 문제였다. 고체수소저장은 대형 정치형 설비나 산업용 차량에서 진가가 나오는데, 국내 수요는 아직 충전소와 발전에 몰려 있다. 만들 곳은 있어도 돌려볼 무대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남은 벽은 무엇인가
고체수소저장이 아직 넘지 못한 벽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 무게: 용기와 열교환기, 히터가 전부 무게로 잡힌다. 소재 스펙에 적힌 저장 비율이 시스템에서는 더 떨어지는 이유다.
- 열 관리: 충전 중 나오는 열을 못 빼면 충전이 멈춘다. 방출할 때 열을 못 넣으면 수소가 안 나온다. 결국 탱크 싸움이 아니라 열교환기 설계 싸움이다.
- 소재 가격: 란타넘 같은 희토류는 비싸고 공급망도 쏠려 있다. 그래서 철·티타늄·마그네슘처럼 흔한 원소로 옮겨가는 흐름이 뚜렷하다.
- 사이클 수명: 격자에 수소가 들어가면 부피가 부풀고, 빠지면 줄어든다. 이 팽창과 수축이 수천 번 반복되면 덩어리가 가루가 된다. 미분화(decrepitation)라 부르는 현상이다. 가루가 뭉치면 열이 안 통하고, 열이 안 통하면 반응이 느려진다.
물론 열이 손해이기만 한 건 아니다. 방출에 필요한 열을 연료전지 폐열이나 공장 저온 폐열로 대는 설계가 검토되고 있다. 버려지던 열을 끌어다 쓰면 약점이 효율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다음은 무엇인가
금속수소화물의 강점은 가역성이다. 온도만 바꾸면 수소를 넣었다 뺐다 수천 번 반복한다. 그런데 그 가역성을 얻으려고 무거운 금속 격자를 통째로 짊어진다. 무게는 이 구조에서 나오는 대가라 소재를 바꿔도 한계가 뚜렷하다.
그럼 방향을 틀면 어떻게 될까? 가역성을 포기하는 대신 훨씬 가벼운 물질에 수소를 담는 길이 있다. 고체수소저장 안에서도 성격이 완전히 다른 갈래, 화학수소화물이다. 다음 회차에서 볼 SBH(수소화붕소나트륨)가 여기 속한다. 가볍고 상온에서 다룰 수 있는 대신, 한 번 쓴 물질을 되돌리는 재생이 오랫동안 발목을 잡아왔다.
그런데 그 발목이 최근 풀리는 조짐이 보인다. 상온·상압 볼밀링으로 재생 수율 90%를 찍은 결과가 나왔고, 국내에서도 완성차 업체와 출연연이 손잡고 재생법 특허를 냈다. 오래 접혀 있던 기술이 다시 펴지는 국면이라는 얘기다.
정리하면 고체수소저장은 하나의 기술이 아니다. 가역이냐 비가역이냐로 갈리는 두 계열이 같은 이름 아래 묶여 있는 거다.
Editor’s Note
고체수소저장은 부피 밀도와 저압 운전이라는 두 강점이 뚜렷하다. 본문의 밀도 비교는 소재 기준과 시스템 기준을 구분해 표기했는데, 자료마다 이 기준이 섞여 인용되는 경우가 많아 수치를 볼 때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NREL 520kg 실증, GKN 제품 용량, 일본 Ni-MH 생산량, 국내 Mg-20Ni-Sn 성능은 모두 공개 자료 기준이며 장기 상용 운전 데이터는 아직 쌓이는 중이다. 기술 성숙도를 볼 때는 발표된 저장 용량보다 누적 운전 시간과 흡·방출 사이클 횟수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 핵심 3줄 요약
- 고체수소저장(금속수소화물)은 수소를 저압에서 안전하게 저장하며, 액화 및 압축 방식 대비 시스템 부피 밀도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 그러나 금속 자체의 무거운 무게, 흡방출 시 발생하는 열 관리 문제, 소재 희토류 가격, 미분화 등 4가지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 향후 시장은 발전 설비나 산업용 차량 등 무거운 무게가 단점이 되지 않는 대형 ‘정치형 설비’를 중심으로 점진적인 상용화가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투자 유의사항: 본 콘텐츠는 기술 산업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이나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투자자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장의 변동성과 기술적 한계 등의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여 필요 시 전문 투자자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